주로 상하이교구에서 온 중국인 순례자들이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쓴 “서산성모에게 바치는 기도”를 큰 소리로 낭독하고, 상하이 외곽에 있는 서산성모성지에서 중국교회 기도의 날을 기념했다.
교황은 2007년 6월 30일 발표한 중국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5월 24일을 중국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로 지정했다. 이 날 서산성지의 성모소성전은 순례자 2500명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5월 2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가톨릭신자 2350명이 모여 쓰촨성 지진 피해자를 위해 기도했다고만 보도했다. 교황 편지나 중국교회 기도의 날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성모소성전에서 열린 미사는 싱원즈 보좌주교(요셉, 상하이교구)가 주례했다. 교황청 공보실에서 5월 16일에 발표한 교황의 기도문은 미사 동안 두 번 큰 소리로 낭독됐다. 그러나 미사 뒤 사제들은 어쩌다보니 한 번을 더 하게 됐다고 했다.
싱 주교는 미사 뒤 UCAN통신에 신자들은 교황이 직접 쓴 글자 하나하나를 다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조금 길기는 하지만 오래지 않아 기도문을 다 외울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교황 기도문의 중국어 번역본을 인터넷에서 내려 받아 진루셴 주교(알로이시오, 92, 상하이교구)에 보여주자마자 곧 바로 인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상하이교구는 교황의 기도문과 문장이 들어간 순례용 책자 2000부를 인쇄했다.
미사 때 강론에서, 가오차오펑 신부(라파엘)은 교황이 올해 5월 24일을 중국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정해 이 날이 특별해졌다고 말하고, 이는 “우리가 더 이상 고아가 아니라 보편교회의 한 가족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가오 신부는 서산성지 발치에 있는 서산신학교에서 가르친다.
그는 또한 참석자들에게 오는 8월에 있을 베이징올림픽의 성공과 5월 12일 쓰촨성 지진 희생자들을 위해서도 기도하라고 요청했다. “고통 받는 이재민들이 곧 하느님이다.”
가오 신부가 강론 끝에 교황 기도문 앞쪽의 몇 줄을 인용하자, 참석자들이 그를 따라 하더니 어느덧 기도문을 끝까지 다 낭독해버렸다. 이는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원래 계획대로 장엄축복 전에 기도문은 한 번 더 낭독됐다.
한 상하이교구 사제는 UCAN통신에 이 기도문은 “성모께서 중국 가톨릭신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당신 아들을 봉헌하신” 것 같은 이미지가 연상된다고 말했다.
상하이교구 청년신자인 수는 UCAN통신에 교황이 직접 기도문을 썼다는 사실이 너무 고맙고 “상하이 신자들에게는 영광”이라고 했다. 그를 비롯한 양푸성당의 청년신자 십여 명은 5월 24일 서산성지를 방문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올해 성지를 찾은 신자 수는 이전에 비해 1/3수준밖에 안 된다. 정부와 정부의 통제를 받는 교회기구들이 안전문제를 들며 5월 동안 서산성지 순례를 자제하라고 했다. 정부에서는 교황이 중국교회를 위해 기도하라고 요청한 뒤 중국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에 순례자 20여만 명이 성지를 찾을 것으로 예측했다.
반나절 동안 진행된 행사는 아침 8시 30분에 성모소성전 바깥에 있는 “세 성인의 정자”에서 시작했다. 싱 주교는 순례자들과 함께 성 요셉과 성모, 그리고 예수성심께 기도를 바쳤다. 그런 다음 서산성모상을 앞세우고 모든 참가자가 소성전으로 가는 언덕길을 천천히 올라갔다. 소성전에서 열린 미사는 사제 60여명이 공동집전했으며, 병중인 진 주교는 제단 옆에 앉아 있었다.
이웃한 저장성 원저우교구의 신자 100여 명도 순례에 참여했는데, 이들은 미리 정부의 승인을 받아 성가대로 활동했다.
시각장애인인 치는 중국 북부 톈진에서 왔다. 그는 UCAN통신에 톈진의 시하이대성당 신자들은 서산성지 순례단을 꾸리지 말라는 얘기를 듣고 나서, 자신과 몇 명만 서산성지를 찾았다고 말했다.
치는 당국의 제재가 있을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소성전까지 올라가 미사를 보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런 제재도 없었다.
그러나 성지와 주변 지역에 경찰과 정부관리 2000여 명이 배치되는 등 삼엄한 경비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 평신도여성은 “너무 많은 경찰이 배치돼 마치 성모가 감옥에 갇힌 듯한 느낌이다”고 불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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