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생활은 사랑과 헌신만 있으면 되므로 돈은 아무 문제도 되지 않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최근 한 매리지 엔카운터(ME)의 토론회에서 폴 스태스 신부(원죄없으신 성모성심회)가 한 말이다.
벨기에 출신의 스태스 신부는 일간 지의 작년 12월 보도를 인용해, 싱가포르에서는 부부 10쌍 중에 9쌍이 돈 문제로 헤어진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19일 ME 싱가포르 도입 29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원죄없으신 성모성심성당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토론회는 4명이 발표자로 나섰으며, 400여 명이 참석했다.
스태스 신부는 “그리스도인 혼인에서의 돈 문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경제 문제는 조금만 소홀하면 그리스도인 혼인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싱가포르 부부의 씀씀이 행태에 대한 온라인 조사에서 보면 41퍼센트가 재정 문제로 인한 불화의 주된 원인으로 사사로운 지출을 꼽았다고 지적했다.
스태스 신부는 원죄없으신 성모성심회 중국관구 재정담당을 지냈으며, 중국관구는 홍콩, 타이완, 중국본토, 몽골, 싱가포르를 관할한다. 그는 혼인생활에서 경제권 문제는 주도권 싸움으로 번지기 쉽다고 말했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측이 공공연하게 또는 교묘하게 상대방을 조정하려 든다면서, 예를 들어 생활비를 줄여버리거나 상대방이 쓴 비용은 내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돈이 혼인생활을 망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돈 문제에 관해서는 부부끼리 서로 합의를 보는 것이 좋다고 강조하고, 재산, 빚, 생활비, 투자, 비상대책 등을 함께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재정문제를 서로 비밀로 할 경우 혼인이 파탄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자질은 곧 원만한 혼인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능력과 다름없다면서, 스태스 신부는 이런 자질로 일치와 의사소통, 정직, 신뢰, 책임 등을 꼽았다.
그는 “돈에 대한 성서의 가르침은 분명하고 일관되며 근본적”이라고 지적했다. 스태스 신부는 “돈 자체는 아무 문제도 안 된다”고 말하고, 성 바오로가 티모테오에게 보낸 첫째 서간 6장 10절을 인용해 “오히려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뿌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조셉과 테리라는 부부를 초청해 한 사람만의 수입으로 8명이나 되는 자녀를 키운 경험을 나누게 했다.
이들 부부는 꼼꼼하게 생활비 계획을 세웠으며, 패스트푸드와 외식은 삼가고, 자녀들에게 새 옷은 거의 사주지 않고 큰 애가 입던 것을 동생들이 물려 입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부애, 전염되는 사랑”이란 주제로 발표한 미카엘 아로 신부(파리외방전교회)는 부부간의 사랑은 “전염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부사랑은 자녀와 친지들,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힘이 있다고 했다.
아로 신부는 28년 동안 ME 활동을 해왔다. 그는 “혼인은 제3자 때문에 파경에 이르지는 않는다. 제3자가 끼어드는 것은 이미 부부관계에 금이 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호스피스 활동을 하는 우나 볼란드 수녀(마리아의 작은 자매회)는 부부가 같은 집에 살면서 생활은 독립적으로 하는 “혼인 속의 독신” 생활양식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성취감이 관계의 원동력이 될 때”는 먼저 왜 혼인을 해야 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 상담심리학자 아드리안 림은 “하느님과 함께 자녀 키우기”에 관한 발표에서, 가정에 닥친 과제와 책임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아내와 남편, 자녀 간의 돈독한 관계가 중심을 이루는, 가정에 대한 하느님의 기본계획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가정에 닥친 과제와 책임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UCAN통신과 얘기를 나눈 참석자들은 유익한 토론이었다고 했다.
아내와 함께 참석한 시릴 류는 스태스 신부의 발표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재확인한 것이지만…재차 확인하는 것도 좋았다”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온 시린 젠슨은 “우나 수녀가 말한 ‘혼인 속의 독신’이란 말이 무척 마음에 와 닿았다. 과연 우리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했다. 우리는 때로 너무 일에만 매달려 정말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놓치고 살기도 한다”고 말했다.
매리지 엔카운터의 목적은 부부 간 대화에 중점을 둔 주말프로그램을 통해 부부 간에 사랑과 배려, 헌신이 더 깊어지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
한국어판 UCAN통신 2008년 5월 29일 61EM줄 (2273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