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남부 케랄라주 공산당 정부가 교과서가 무신론을 조장한다는 가톨릭교회의 항의에 부딪혀 교과서 내용을 바꾸기로 했다.
케랄라주 공보국장 모하메드 하니쉬에 따르면, 주당국은 논란이 된 7학년(중1 과정) 사회 교과서의 한 장을 6쪽짜리 소책자로 대체하기로 했다.
하니쉬는 8월 19일 UCAN통신에 케랄라주 교육부에서는 이달 말까지 소책자 50만 부를 학교에 나눠줄 것이라고 말하고, 교사들에게는 논란이 된 내용은 무시하고 소책자 내용대로 가르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주당국은 가톨릭교회와 여러 그리스도교 단체, 힌두 단체, 이슬람 단체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이런 결정을 내놓게 됐다. 케랄라주의 29가톨릭교구들은 당국이 교과서를 이용해 공산주의 이념인 무신론과 물질주의를 학생들에게 퍼뜨리려 한다고 비난해 왔다.
지난 6월 케랄라주의 새 학년 시작과 함께 이 교과서가 도입되면서 항의가 이어졌다. 그 뒤 교구들은 여러 공청회와 시위를 조직해 교과서를 철회하라고 정부를 압박해 왔다. 특히 이들이 반대한 것은 이번에 소책자로 대체된 교과서 내용으로서, 종교는 필요하지 않으며 또한 어린이는 종교가 없이도 성장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이 내용은 종교가 없었던 인도의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의 유언에서 인용한 것이다. 네루 총리는 유언에서, 자신이 죽은 뒤 자신을 위한 어떤 종교 예식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이런 종교 예식은 아무 쓸모도 없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된 교과서에서는 종교와 신앙이 세상에 분란을 일으킨다고 말하고, 또한 성서를 포함한 여러 경전의 내용을 인용해 종교가 폭력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가톨릭 주교들은 여러 성명과 강연, 사목서한을 통해 이 교과서 내용은 공산당 정부가 종교에 대한 혐오감을 젊은이들에게 주입시키려는 의도를 보여 준다고 주장했다.
항의시위를 앞장서 이끈 케랄라가톨릭주교협의회는 케랄라주의 어떤 가톨릭학교에서도 이 교과서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선포하고, 대신에 자체 제작한 책을 도입했다.
하니쉬 국장은 주당국에서는 이번 소책자 도입으로 모든 논란이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교회 관리는 항의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케랄라주교협의회 사무차장 스티픈 알라타라 신부는 “주당국이 교과서를 철회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회는 모든 교구와 함께 항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8월 17일 UCAN통신에 “당국은 교과서를 통해 물질주의와 무신론을 확산시키려 한다”고 지적하고, 교회는 중학생용 교리교과서 두 권을 도입해 이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권은 주일학교에서 이용되고 또 한 권은 가톨릭학교에 다니는 가톨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리교과서로 쓰이게 된다.
케랄라주의 모든 가톨릭 교구들은 8월 15일 독립기념일을 주당국의 교육정책에 맞서 항의를 계속하기 위한 “신앙보호의 날”로 지냈다.
찬가나체리대교구의 조셉 페룸토탐 대주교는 사목서한에서, 무신론에 대한 경계를 당부했다. 그의 사목서한은 8월 17일 주일미사 때 대교구 내 모든 본당에서 낭독됐다. 그는 사목서한에서 주교들은 문제가 된 교과서를 철회하라고 거듭 요구해 왔다면서, “당국은 어린이들을 분열시키고 공산주의 사상을 퍼뜨리는 교과서를 도입하는 등 권력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공산주의 정치단체들에 대해 호의적인 가톨릭신자들에게 교회로 되돌아오라고 요구하고, 가톨릭신자는 하느님과 종교를 부정하는 정치이념을 옹호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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