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반을 성모병원에서 일해 왔지만 곧 해고돼야 한다는 사실에 홍석(36, 미카엘)은 좌절과 분노를 느낀다.
서울대교구의 강남 성모병원은 9월 말에 계약이 끝나는 홍석을 포함한 28명의 파견근로자들을 고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9월 11일 UCAN통신에 “나 같이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을 아무런 대책도 없이 해고해 버리는 것이 가톨릭교회의 정신인가?”라고 항변했다. “정말 불공평하다.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다.”
파견노동자들은 파견업체에서 고용하며, 다시 이들을 여러 회사에 파견한다. 노동자를 파견 받은 회사에서는 노동자가 아닌 파견업체에 임금을 지급한다. 노동부에서는 기간제 노동자와 단기제 노동자 모두를 비정규직으로 규정한다.
홍석을 포함한 65명은 성모병원 간호과에서 일한다. 간호조무사인 그는 입원환자를 돌보거나 수술을 준비하는 등의 일을 한다.
2004년 성모병원은 홍석을 직접 고용했다가 나중에 그에게 파견업체로 옮기라고 요구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해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파견근로자인 그는 정규직 근로자와 똑같은 일을 했지만 임금은 더 적다. 그의 2년 고용계약은 오는 9월 30일로 끝난다.
2006년에 개정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령]에서는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이들을 직접 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9월 30일 계약이 만료되는 또 다른 파견노동자 이영미는 UCAN통신에 성모병원이 “우리를 해고하는 것이 법에 위반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할 의도로 제정된 법을 악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2006년 3월부터 성모병원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홍석처럼 나중에 파견업체로 옮기라는 말을 들었다.
그녀에 따르면, 계약이 만료되는 28명 모두 8월 20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 가입했으며, 같은 날 성모병원은 이들을 10월부터 고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녀는 “성모병원은 내년 5월에 완공되는 새 병원건물에 너무 많은 돈을 쏟아 부었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임금을 대폭 낮추려는 속셈”이라고 비난했다.
성모병원은 2007년 10월 현재 의사와 간호사를 포함한 정규직은 1973명이며, 파견근로자를 포함해 간접 고용된 300명을 비롯한 비정규직은 600여 명이다. 현재 성모병원은 851병상이며 새 병원건물이 완공되면 1200병상이 더 늘어난다.
전국보건의료노조의 나영명 조직실장은 대형병원들이 수익을 늘리기 위해 간호조무사를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UCAN통신에 강남 성모병원의 대량해고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법을 악용하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하고, “보통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2/3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7년에 한국의 병원 노동자의 20퍼센트는 비정규직이라면서, 1997년에는 6.2퍼센트였다고 덧붙였다.
노동부의 한 관리는 UCAN통신에 성모병원 같은 경우에는 고용주에게 어떤 법적 제재를 가할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그는 노동자들 입장에서 고용주들이 법을 악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고 지적하고, 하지만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여론에 호소하는 것뿐이지만 효과는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이영미에 따르면, 파견근로자 대표 3명이 성모병원 행정부원장 신부를 만나 얘기를 나눴는데 이 신부는 “다시 이들을 고용할 책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UCAN통신은 이 신부와 성모병원장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의견을 들을 수 없었다.
한국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총무 박정우 신부(후고)는 9월 17일 UCAN통신에 어떤 작업장의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가 필요한 곳도 있지만, “이들은 차별대우와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마땅히 정규직으로 올려 줘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입장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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