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국회가 사회와 종교 단체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논란이 많은 반포르노법안의 통과를 연기시켰다.
이 법안은 1999년에 초안돼 2003년 9월 23일 하원에 상정됐으나, 다양한 집단의 비판에 부딪혀 여러 차례 개정 작업을 거쳐야 했다.
그럼에도 이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포르노와 외설, 그리고 문화적, 예술적, 창조적 표현 사이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 법안은 특히 여성을 주요 대상으로 삼아 국민의 사생활에까지 국가가 개입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고 걱정했다.
전국의 여러 단체들은 9월 23일 국회에 이 법안을 제출하는 것에 반대하는 항의시위를 벌였다.
힌두인이 다수인 발리주의 경우, 9월 17일 주의회 앞에 5000여 명이 모여 주의원들에게 자신들의 반대 의사를 밝혔다. 9월 22일 언론에서는 중앙자바의 수라카르타와 욕야카르타에서 있었던 항의집회를 보도했다.
자카르타에서는 인도네시아가톨릭주교회의가 9월 17일 국회통과를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주교회의는 성명에서 이 법안에 대한 논의는 이제 이념과 정치 논쟁으로 번져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으며 충돌로 몰고 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주교들은 “의원들에게는 이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히 처리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고 주장하고, 많은 단체와 사회 부문에서 이 법안의 통과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교회의 평신도위원회 총무 요하네스 라술 에디 푸르완토 신부와 정의평화위원회 총무 세라핀 데니 사누시 신부(성십자가회)가 성명서에 서명했다.
9월 17일에는 인도네시아비폭력운동에서도 이 법안에 반대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 단체에 따르면, 모든 형태의 포르노와 외설은 기존의 많은 법으로도 충분히 다룰 수 있다.
이 단체는 반포르노법안은 많은 불분명한 조항들을 담고 있어 여전히 문제가 많다고 강조하고, 이 문제에 관한 논의가 사회를 편 가르고 있어 인도네시아가 국가이념으로 채택한 다양성 안의 일치 정신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법안은 국민들이 서로를 판단하거나 서로의 “도덕성을 감시”하게 하는 수단으로도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했다.
이 법안의 4장 21조에서는 “국민 누구나 포르노 제작과 보급, 소비의 사전 예방대책에 참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예수회가 자카르타에서 운영하는 드리야르카라철학원 강사, 프란스 마그니스-수세노 신부(예수회)는 이 법안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혼동하고 있다고 했다.
1장 1조에 따르면, “포르노란 성적 욕망을 일으키거나 사회 가치관에 어긋나는 그림과 스케치, 삽화, 사진, 글, 목소리, 소리, 동영상, 애니메이션, 만화, 시, 대화, 몸짓의 형태로, 또는 대중공연이나 다양한 매체를 통한 모든 커뮤니케이션 형태로 인간이 만들어낸 성적 자료를 말한다.”
자카르타에서 발행되는 일간 <콤파스>지는 9월 22일 이 법안에 관한 특별 분석기사에서 이런 정의는 너무 광범위하다면서, 국가가 국민 개인의 성생활까지 통제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수세노 신부는 이 법안은 국민의 일상생활까지 연관돼 있는 만큼 국회에서 이에 관한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처럼 민감한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것은 비윤리적이며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포르노 정치’로 포르노에 맞서 싸우는 것은 안 된다.”
여성폭력대처 국가위원회 사무총장 비엔 수세노는 UCAN통신에 “이 법안은 여성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에 이 법안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4장 18조에서는 “중앙 및 지방 당국은 포르노의 제작과 배급, 소비에 대한 예방 조치를 해야 한다.” <콤파스>지에 따르면, 이런 조항들의 실행을 위한 기술적 지침을 만들 때 지방당국 차원에서 여성을 차별하고 범죄시할 가능성도 있다.
가톨릭신자인 수세노 사무총장도 국가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여성폭력대처 국가위원회에서는 이 법안이 문화적 다양성을 부인하는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가톨릭인 국회의원인 토오도루스 야코브는 UCAN통신에 자신이 속한 인도네시아 민주투쟁당과 그리스도인이 중심인 평화정의당에서는 처음부터 이 법안에 반대했다면서, 이 법안은 편협한 종교적 주장을 근거로 포르노를 정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법안의 초안은 11장 93조로 돼 있었으나, 최종안에서 8장 44조로 줄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