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추위 속에 성모성당과 성당 관할인 4공소의 모든 신자들이 새로 지은 성모동굴 앞에 모여 묵주기도를 바쳤다.
10월 26일 신자들은 늘 해오던 대로 성모송의 앞부분은 몽골어로, 뒷부분은 한국어로 기도했다. 이는 한국인 신자 50여 명과 몽골인 신자 250여 명으로 이뤄진 본당 공동체의 일치를 위해 이뤄진 조치다. 그리고 기도가 끝나자 성모동굴 축성식이 이어졌다.
이날 아침 축성식에 참석한 사람은 너나 할 것 없이 성모동굴을 짓는 데 못해도 돌 하나 정도는 기여를 한 사람들이다.
봄보올레이(14)는 UCAN통신에 “동굴 위 중간쯤에 반짝이는 흰 돌이 내가 쌓은 것”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7살짜리 소년도 “그 주변에 노란색 돌과 줄무늬 돌은 우리가 갖다 놓은 거야. 우리 가족 모두를 위해, 아직 신자가 아닌 숙모와 작은아버지, 할아버지 것까지도 갖다 놨어. 날마다 가족을 위해 기도하는데, 가족 모두가 신자가 되면 각자 돌을 갖게 되는 거야”라고 말했다.
기도가 끝나자 바로 울란바토르 지목구장 웬체슬라오 파딜랴 주교가 도착해 축성식을 했다. 파딜랴 주교가 동굴 주변을 돌면서 성수를 뿌리는 동안 신자들은 묵주기도를 바쳤다.
필리핀 출신의 파딜랴 주교(원죄없으신 성모성심회)는 UCAN통신에 몽골에 성모동굴이 생긴 것은 처음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은 사람들이 동굴 앞에 모여 기도를 한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대전교구에서 파견한 선교사로서 성모본당 주임인 김성현 신부(스테파노)는 UCAN통신에 “몽골사람은 돌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울란바토르 남쪽에 있는 한 야산에 가면 “폭이 100미터나 되는 돌로 만든 칭기즈칸의 얼굴이 있다”면서, 여기에 쓰인 돌들은 몽골의 21도 모두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 칭기즈칸 얼굴은 몽골사람들에게 더욱 의미가 깊다.” 김 신부에 따르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의 얼굴일 뿐 아니라 각자 고향에서 가져온 돌들로 만들어진 것”이라 더 애착을 느끼는 것이다.
성모동굴도 거의 모든 도에서 가져온 돌들로 만들었다.
성모동굴을 지은 본당신자 엔크투브신(아우구스티노)는 UCAN통신에 올 봄에 공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울란바토르시청 자연보호사무국의 허가를 받고 21도와 강가에서 돌들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는 본당신자들에게 여름에 고향으로 가서 돌을 가져오라고 요청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동굴을 짓는 데 쓰인 돌 대부분은 부근의 강가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말 거리가 먼 몇몇 지방의 돌만 빠졌을 뿐이다.”
김 신부에 따르면, 정말 가난한 신자들도 모두 참여하게 하고 싶어서, 본당사목협의회에서는 모든 신자들에게 각 가정을 대표하는 돌을 가져오게 했다.
“어떤 가정은 가족 모두의 돌을 가져왔으며, 어떤 집은 친구들 돌까지 가져오기도 했다.”
하지만 몽골인은 전통적으로 돌을 본래 있던 자리에서 빼내면 그 지역의 영들을 혼란에 빠뜨려 영들을 화나게 한다고 믿는다.
소녀인 알탄줄은 “우리가 하느님의 어머니를 위해 돌을 가져가는 것임을 영들이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돌을 모았다”고 말했다.
다른 소녀인 제시카는 “지역의 영들보다 하느님이 더 위대한 신임을 안다. 그래서 영들의 분노에서 우리를 지켜달라고 성모님께 묵주기도를 바쳤다. 영들이 화가 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무 일 없다”고 말했다.
현재 엔크투브신은 성모동굴에 세울 성모상을 조각하고 있다. “임시로 벨기에에서 가져온 성모상을 갖다 놨지만, 곧 몽골인의 모습에 몽골 옷을 입은 몽골의 성모상이 들어서게 된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몽골의 신자들이 머지않아 성모동굴에서 기도하는 것에서 큰 의미를 찾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동굴은 앞으로 사진 찍기에 좋은 장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본당신자들이 동굴을 찾아 성모께 의탁하고 기도 속에 일상생활의 필요와 어려움, 기쁨을 털어놓으면서 예수께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