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일 카트만두의 성모승천성당에서 강력한 폭탄이 터져 두 명이 죽고 여러 명이 다쳤다.
그러나 다음 날 성당에 모인 가톨릭신자들은 폭력 따위에 겁먹지 않겠다는 의미로 사망자와 부상자를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개신교 목사와 정치 지도자들이 기도회에 함께 한 한편, 힌두교와 이슬람 지도자들은 성당 폭발을 비난했다. 새 총리 마다브 쿠마르 네팔도 성당을 방문했다.
네팔 총리는 성당의 임시 책임자 신부와 단독 면담을 한 뒤 기자들에게 “범인들은 곧 체포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힌두 극단주의 단체의 소행으로 보이는 이 폭발은 신자 300여 명이 참석한 성당의 주말 미사 때 일어났다. 성당은 카트만두 남부에 있다.
힌두인이 다수인 네팔에서는 일요일이 근무일이라 교중미사가 토요일에 있다. 그러나 영어로 하는 교중미사는 일요일에 열린다.
본당신자 조시 니라울라는 “말 그대로 사람이 날아갈 정도의 강력한 폭발이었다. 미사를 시작한 지 딱 15분 됐을 때”였다고 말했다.
성모승천성당 전 주임이자 현재 네팔 카리타스 책임자인 실라스 보가티 신부는 “끔찍하고 비통한” 순간이었다면서, “한 소녀의 배에서 내장이 터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를 집전한 보가티 신부는 충격에 휩싸인 채 “왜 우리가 이런 공격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네팔 가톨릭교회는 늘 사회에 기여해왔다. 어떤 단체나 공동체의 감정을 상하게 한 일도 없다”고 항변했다.
보가티 신부는 현재 주임사제가 없는 이 성당을 임시로 맡고 있다. 본당 주임인 조지 칼라푸라칼 신부는 형의 장례식에 참석 차 고국인 인도에 갔다.
이번 폭발로 카트만두의 성모여학교에 다니는 셀레스트 조셉(15)과 20대 여성 디파 패트릭이 숨을 거뒀다. 패트릭은 인도 동부 비하르주 출신으로 카트만두 방문 중이었다.
신자들이 부상자들을 급히 병원으로 옮기자 경찰이 바로 이 지역을 차단했다.
본당신자 수닐 슈레스타는 “끔찍했다. 성당이 연기로 가득 찬 가운데 사람들이 앞다퉈 달아났다”고 말하고, “부상자는 핏물이 흥건한 바닥에 누워 있었고, 여자와 아이들의 비명과 도움을 요청하는 외침이 들렸다”고 덧붙였다.
미사 때 신자들이 깔고 앉았던 방석은 갈가리 찢겨 성당 여기저기를 날아다녔다. 강력한 폭발은 강화유리로 만든 천장까지 박살 내버렸다.
잘 알려지지 않은 힌두 단체인 ‘네팔방위군’이 뿌린 전단이 성당 바닥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이 전단 때문에 경찰과 사람들은 이번 폭발이 이 단체의 소행이라고 믿게 됐다.
작년에 네팔 동부 스리시야에서 살해된 존 프라카시 모얄란 신부(살레시오회) 사건도 이 단체 짓이다.
보가티 신부는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6달 전에 이 단체의 협박 전화를 받기는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했다. 그러나 자세한 협박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네팔 지목 앤서니 샤르마 주교는 UCAN통신에 우리 교회는 적이 없다고 말하고, “사망자와 유족, 부상자와 범인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사망자와 부상자들은 부근의 두 병원에 수용돼 있다. 의사들은 중상자 8명 가운데 3명이 위독한 상태라고 말했다.
본당신자 리차드 라이는 “모든 게 혼란스럽다. 머리도 잘 안 돌아간다.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동생은 몸의 30퍼센트에 화상을 입어 입원해 있다.
아르준 중 사히 경감은 기자들에게 폭탄은 압력밥솥 내부에 설치됐다고 말하고, “현장에서 금속조각과 못 등이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나중에 케다르 싱 반다리 경정은 기자회견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며, 범인들을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폭발 바로 뒤 힌두와 이슬람 지도자들은 성당을 방문해 가톨릭인을 위로했다.
세계힌두협회 네팔지부장 다모다르 가우탐과 이슬람지도자 나자룰 후세인은 힌두지도자 케샤브 차우라가인과 함께 이번 폭발을 비난했다.
개신교 목사 30여 명도 샤르마 주교와 여러 가톨릭 사제들과 모임을 한 뒤, 5월 31일에 가톨릭 지도자들과 함께 네팔 전역에서 “대규모 평화집회”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네팔방위군’은 네팔을 다시 힌두국가로 복구시키라고 요구해왔다. 민주화 시위로 갸넨드라 샤 왕이 절대 권력을 내주고 2002년에 왕이 해산했던 국회가 재소집된 2006년에 국회는 네팔을 세속국가로 선포했다.
10여 년에 걸친 반란을 주도했던 마오주의 반군은 2006년 정부와 평화협정을 맺은 뒤 지금은 이 나라에서 가장 큰 정당이 됐다. 당시 국회는 갸넨드라 왕의 권한 대부분을 박탈하고 네팔을 국교가 없는 세속국가로 선언함으로써, 수백 년 이어온 왕정을 폐지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