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청의 검증을 받는 천주교 주가지수가 유럽에서 발표된 가운데, 국내 교회의 윤리적 투자 움직임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유럽의 주가지수 산정회사인 스톡스(Stoxx)는 4월 26일 스톡스 유럽 그리스도교 주가지수(STOXX Europe Christian Index)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 지수는 기존의 스톡스 유럽 600지수에 포함된 기업 가운데 그리스도교 가치관에 어긋나지 않는 기업들만 따로 모아 주가지수를 만든 것이다.
미국에는 이미 이와 비슷한 그리스도교 지수들이 있는데, 유럽에서는 처음이다. 또한, 교황청이 직접 검증한 지수로도 처음이다. 이슬람에서도 샤리아 율법을 기준으로 한 주가지수가 이미 있다.
이번 스톡스 유럽 그리스도교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이 기준에 맞는지 여부는 독립된 검증위원회가 판단하는데, 여기에는 교황청 대표들도 참여하고 있다. 스톡스 발표에 따르면, 포르노, 무기, 도박 산업 등에서 조금이라도 수입을 얻는 업체들은 배제됐으며, 석유회사인 BP, 휴대전화 회사인 보다폰,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이 포함됐다.
국내 사회책임투자 운동 다시 시작
국내에서는 지난 2004년에 성심수녀회 등이 참여한 가운데 사회책임투자(SRI) 움직임이 일었으나 관심 부족으로 주식이 아닌 채권에 투자하는 50억 원 규모의 MMF를 만드는 데 그쳤다. 이 MMF는 CJ투자증권에서 맡아 운영했으나, 그 뒤 소규모 펀드 합병 정책에 따라 없어졌다.
이 사업을 주도했던 박주원 (현 한국 CSR 평가 상무)에 따르면, 기업책임시민센터 (ccsr.or.kr)을 중심으로 사회책임투자 펀드 운동을 다시 시작하고자 지난해 12월에 관심 있는 기관과 개인을 대상으로 토론회를 한 바 있다.
기업책임시민센터는 함세웅 신부가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영국 성공회의 사회책임투자 조사기관인 EIRIS를 리서치 파트너로 두고 도움을 받고 있다.
주교회의, 교구 차원 관심 부족
기업책임시민센터의 김용구 사무국장 (가브리엘)은 한국 천주교의 사회적 책임운동이 활발하지 못한 데 대해, 주교회의나 교구 차원의 관심이 부족한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주교회의 차원에서 직접 논의하고 사회적 책임투자 지침을 내놓은 미국 등과 달리 일부 수도회 등의 선진적 움직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기업책임시민센터는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박선숙 의원실 등과 공동으로 4월 29일에 국회에서 “CSR 법제화의 길을 묻다”는 제목의 토론회를 한다. “CSR”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약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