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현아 수녀(클라우디아, 성바오로딸수도회)
화, 제대로 내기
사도직의 특성상 나는 많은 것을 부탁받고 그 부탁을 들어주는 입장에 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후배 수녀가 전화상으로 무언가를 부탁해 왔다. 그런데 마치 맡겨놓은 것을 찾아 간다는 듯 나의 봉사를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태도에 몹시 기분이 상했다. 함부로 취급당하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며칠이 지나도 찾으러 오질 않았다. ‘아니 이것 봐라…’ 나는 마음속으로 분노를 쌓아가고 있었다.
며칠 뒤 부탁을 한 후배 수녀의 동기들이 잠깐 사도직터에 왔기에 부탁받은 것을 가지고 그들 가운데 한 수녀에게 갔다.
나는 정말 단순한 마음, 좋음 마음이었다.
‘이거 누구누구에게 좀 갖다 줘. 수녀가 나에게 부탁한 것이야’라고만 할 계획이었다.
그것도 아주 부드럽게. 그런데 내가 한 말은 이랬다.
“이거 00 수녀에게 좀 갖다 줘.”
“그리고 이런 식으로 부탁하지 말라고 그래, 이것들이 그냥…”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영문도 모르는 그 수녀는 또 얼마나 당황했을까.
돌아서 나오는 내 얼굴이 얼마나 화끈거렸는지 모른다. 나 스스로도 감당이 되지 않았다.
내 안에 쌓여 있던 분노가 그 순간 나를 지배하고 이성을 잃게 했던 것이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다’는 속담이 내 안에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다행히 저녁시간에 후배 수녀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었고 당사자에게도 내 심정을 얘기할 수 있었다.
어떤 이유로든 우리 대부분은 분노를 억누르며 살아간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 분노는 어떤 형태로든 표출됨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 화를 제대로 내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다. 책을 읽음으로써 다시금 화라는 감정을 대면하고 내 삶을 돌아보며 제대로 화를 내는 횟수를 늘려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화는 때때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자 하는 그 무언가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그것을 알아보는 것은 화라는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대면할 때만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은 사람들 대다수가 일상적으로 겪는 화를 다룬다. 그리고 심리적 접근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특히 신앙적·성경적인 접근이 두드러진다. 화를 다스리는 방법에서 일반인과 달리 신앙인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을 설명하고, 신앙인으로서 화를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전환시킬 것인지 가르쳐 준다.
버트 게찌 | 문종원 | 164쪽 | 6,000원 │www.paulin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