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희 데레시아 수녀(성바오로딸수녀회)
잡초 키우는 즐거움
휴가 동안 방을 비우며 방에서 키우던 친구들(화초들)을 같은 공동체 수녀님께 맡겼다. 수녀님은 한 화분을 가리키며 “이건 뭐예요?” 하고 묻는다. 다른 화초들은 많이 눈에 익은 것인데 이건 도대체 뭔지 정체가 불명하다. “나도 몰라요. 잡초래요.” “???” 휴가를 다녀오니 수녀님은 내 앞에 화분을 쓱 내밀며 웃는다. “잡초가 많이 자랐어요.”
이름도 모르는 이 친구는 작년 여름 한차례 병원 신세를 지고 난 뒤에 동기 수녀님이 건네준 녀석이다. 곰 얼굴 모양의 귀여운 화분에 꼬물꼬물 올라오는 작은 싹들을 귀환 축하선물로 주며, 이름 모르는 풀에서 씨를 땄는데 심어보니 싹이 났다는 것이다. 잘 키워보라면서 마음을 위로해 주었는데, 그 꼬물거리던 싹들이 자라나 이젠 솎아줘야 할 만큼 무성한 푸성귀가 되었다.
더구나 내 방은 북향이라 조금씩 자랐는데 며칠 맡긴 수녀님 방은 남향이라 햇빛을 보고 쑥쑥 큰 것 같았다.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얘기를 옆에서 듣던 한 수녀님이 하루만 빌려 달라고 하셔서 며칠 키우시게 해드렸더니 더 쑥쑥 자라서 돌아왔다. 아마 수녀님들 사랑과 관심을 더 받으니 신이 났나 보다.
이름 없는(사실은 내가 이름을 모르는) 풀도 사랑을 받으면 이렇듯 싱싱하게 자라나는데 하느님의 사랑을 한없이 받고 있는 우리들이야 얼마나 더 활기 있게 피어나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삶은 때로 버겁게 느껴지고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이 오거나 고통이 다가오면 나약한 우리는 무릎을 꿇기 쉽다. 사실 다른 화초들은 며칠 물을 안 줘도 잘 견디지만 이 풀은 물이 부족하면 푹 쓰러져 버린다. 깜짝 놀라 물을 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일어나고. 우리 일상 안에서 하느님은 사랑을 모자람 없이 주시지만, 그 사랑을 깨닫고 느끼지 못하면 힘없이 푹 쓰러져 버릴 것이다.
최근에 하느님 사랑을 우리 삶에서 늘 느끼고, 그 안에 머물도록 이끄는 책을 읽었다. 인도인이며 일본 선교사로 사목하시는 발렌타인 L. 수자 신부님의 [온유한 사랑으로]다. 신부님이 강의하신 내용 중에 마음에 와 닿은 것을 신자들이 모아 엮은 책인데, 읽는 동안 내내 마음이 따스해지고 힘을 북돋아 주는 느낌을 받았다. 짤막한 묵상 글을 읽고 음미하면서 삶을 새롭게 바라보고 예수님의 겸손하고 온유한 마음을 되새기며 내면을 깊이 성찰을 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하느님은 나약함 가운데 머무십니다. 모든 일이 바라는 대로 풀리지 않을 때,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며 부족하게만 느껴질 때 은총이 찾아옵니다. 그때야말로 하느님께 가장 가까이 갈 수 있는 때입니다.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임으로써 새로워질 수 있습니다.”
매일 말씀과 성체로 물을 주시고 사랑과 은총으로 가꾸시는 하느님 손길에 감사드린다.
발렌타인 L. 수자 | 우제열 | 112쪽 | 6,000원 |바오로딸│ www.paulin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