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주국방” 대 “군비경쟁 촉발”
한미 미사일 지침 협상 타결로 탄도미사일 사거리가 800킬로미터로 늘어나면서 북한 전역이 우리 미사일 사정권에 들게 됐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자주국방 차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대량살상무기, 군비 감축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한다는 상반된 평이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오늘 <가톨릭뉴스>에 이번 미사일 지침 개정은 안보 측면에서 “자주국방에 한 발 더 나아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평했다.
국방부 신원식 정책기획관 또한 언론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한미동맹의 대응능력이 더욱 향상되고, 한반도 방위를 위한 우리 군의 주도적 역할이 증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양 교수는 “미사일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 감축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고, “군비 경쟁을 촉발시킬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양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한미동맹에 따라 대북억지력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면서도 한국군의 현대화, 한국의 독자적 무기 개발을 우려해 지금까지 미사일 사거리 연장에 제한을 둬 왔다.
“지금껏 미국이 미사일 지침 개정에 난색을 표해 왔던 이유는 한국에 무기를 팔아 온 미국 입장에서는 군비 경쟁이 촉발되는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양 교수는 설명했다.
그동안 정부는 미국에 미사일 지침 개정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북한은 현재 사거리 3000-4000킬로미터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무수단’ 50여 기를 갖고 있으며, 사거리 6000킬로미터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대포동-2’를 개발 중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국가들도 5000킬로미터 이상의 사거리를 가진 탄도미사일을 갖거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미 첫 미사일 지침은 1979년 9월, 미국이 사거리 180킬로미터, 탄두중량 500킬로그램 개발제한을 요구했고, 우리 정부가 이에 합의하면서 마련됐다. 사거리 180킬로미터는 평양을 공격하기에 모자라는 거리로 알려져 있다. 이후 2001년 우리 정부의 요구에 따라 한 차례 개정이 이뤄져 탄두중량은 그대로 유지하되 미사일 사거리는 300킬로미터로 늘어났다.
또 무인항공기(UAV) 탑재 중량도 크게 늘어난다.
그러나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1000킬로미터로, 탄두 중량 또한 1000킬로그램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1000킬로미터는 남한 중부지방에서 중국의 베이징, 일본의 도쿄를 공격할 수 있는 거리다.
이에 한국국방연구원 엄태암 책임연구위원은 KBS 보도를 통해 “주변국들과의 관계까지 고려한 현실적 대책”이라 평가했다.
엄 책임연구위원은 “미사일 사거리를 당장 1000킬로미터 이상으로 늘려 주변국의 우려를 사기보단 일단 국제적 협력을 통해 북한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길이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은 이번 합의가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이며, 한국의 방어능력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는 반면, 일본의 언론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 등 반발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중국 신화통신도 이번 합의를 무인비행체 확산을 통제하기 위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By 원승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