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완 중부지방의 소수 원주민인 쩌우 족은 겨우 7000명쯤밖에 안 된다. 하지만 상당수가 가톨릭인인데, 이들은 이번 성탄절에 아주 특별한 선물을 받기를 기대하고 있다. 안톤 웨버 신부가 이들에게 쩌우 말로 된 신약 성경을 줄 예정이기 때문이다.
말씀의 선교회 소속인 웨버 신부는 독일 출신으로서 자이교구의 알리산에 사는 쩌우 족을 지난 30년간 사목해 왔다. 당시 그는 20년에 걸쳐 신약을 번역했다. 그런데 초벌 번역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는 독일로 소임지가 바뀌었다. 그래서 신약 발간사업은 쩌우 족 출신인 푸 노베르트 신부와 왕 리사 수녀 등 6명으로 된 팀이 이어받게 됐다.
푸 신부는 새 성경이 있으면 “신앙생활과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를 우리말로 할 수 있으면 쩌우 족끼리의 동질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네 문화적 존엄성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한다.
푸 신부는 이 성경을 통해 쩌우 족의 말을 되살리고 보전할 뿐 아니라, 원주민의 사회적, 문화적 생동성을 풍요롭게 해서 요즘처럼 변화하는 시대에 대처하는 데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본다.
타이완에는 쩌우 족을 포함해 모두 14가지 소수민족이 있는데, 가톨릭과 개신교 둘 다 이들 소수민족 선교에 열심이었고 상당한 숫자의 신자가 생겼다.
푸런 가톨릭대학의 원주민신학연구센터에 따르면 타이완의 가톨릭 신자 24만 명 가운데 약 10-12만 명이 원주민이다.
이들 가운데 아미스 족, 아타얄 족, 트루쿠 족, 파이완 족, 부눈 족, 루카이 족, 쩌우 족 가톨릭 신자들은 이미 각자 자기네 언어로 된 복음서와 미사경본, 성가집을 갖고 있으며, 타이완 성서공회가 1968년부터 이들을 위한 성경 번역작업을 해오고 있다.
특히 1980년대에 많은 발전이 있었는데, 당시 타이완의 국민당 정부는 이들에게 한족식 이름을 쓰고 등록하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있었다. 그런데 소수민족들 사이에 원래 자기네 말과 이름을 쓰고 회복하기를 원하는 의식 각성이 이때 있었던 것이다.
그 뒤로 소수민족의 자기 언어 사용은 교회 테두리를 넘어 정치영역으로 확대됐으며, 소수민족의 자부심과 문화적 정체성의 상징이 됐다.
웨버 신부도 이번 성탄절 성경 기증식에 초대받았다. 그는 원래 그리스어, 라틴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중국어에 능통했는데, 쩌우 족 노인들에게 자기네 민담을 들려달라고 해서 녹음하면서 쩌우 족 말을 배웠다.
타이완이 네덜란드와 일본에 식민 지배를 당하고, 또 중국 본토, 주로 푸젠성에서 한족이 이주해 오면서 쩌우 족 말에 영향을 미쳤다. 웨버 신부는 쩌우 족 낱말에 일본어, 푸젠 방언, 심지어 영어 단어까지 들어 있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헝가리인인 조세프 사코스 신부와 함께 10만 단어에 이르는 쩌우말 사전도 편찬했다. 이 단어들은 서양 알파벳으로 기록돼 있다. 원주민 발전을 촉진한 그의 선구적 업적을 인정해 타이완 정부는 그에게 표창을 준 바 있다.
기사 원문: Indigenous bible helps restore cultural identity in Taiwan
By 가톨릭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