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악 성가의 발견
한국인들은 음악이라고 하면 대개 서양 음악을 먼저 생각한다. 성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강수근 신부(54, 예수고난회)는 생각이 다르다.
그는 10대 때 국악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왜 전통 한국음악도 좋은데 교회 사람들은 서양 성가만 부르는지 의아스러웠다. 그리고 언젠가 국악으로 성가를 작곡하겠다는 꿈을 품었다.
그의 첫 미사곡은 1987년에 바오로딸수도회에서 녹음돼 나왔는데, 강 신부가 수련수사일 때였다.
강 신부는 우리 전통음악이 일제시기에 한국문화 말살 정책의 대상이 되어 경멸받았다고 지적한다. 해방 뒤에는 서양 음악이 밀려들어와서 한국인들도 서양음악이 최고라고 생각했고, 심지어 음악교과서에는 국악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갈수록 많은 이들이 한국적 정체성을 깨닫고 있고 음악도 예외는 아니다. 음악 교과서의 절반은 국악이다.”
그러나 여전히 본당사제들의 무관심은 큰 장벽이다.
한 본당성가대의 지휘자는 <가톨릭뉴스>에 “한번은 특별미사 때 국악성가를 썼더니 신자들은 무척 좋아했다. 하지만 본당사제가 좋아하지 않았고, 그레고리안 성가를 원했다. 내가 보기에는 적어도 신자들은 우리가 부르는 것이 뭔지는 알기 때문에 국악성가가 낫다”고 했다.
그런데 그 본당사제는 이번 성탄미사 때 그레고리안 성가를 부르라고 했다고 한다. 그는 “솔직히 말해서 그레고리안 성가는 지루하다. 곡도 느리고, 라틴말로 된 가사는 무슨 뜻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강 신부의 첫 앨범이 나온 지 25년이 지났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뒤로 한국교회에서도 전통음악의 리듬과 곡조를 적용하려는 시도들은 있었지만, 강 신부가 보기에는 “진짜 한국적 음악”은 아니다.
강 신부는 1992년에 사제품을 받은 뒤로 국악성가 교실을 열고 묵주기도 앨범도 냈다.
그러나 그는 한국음악을 더 잘하기 위해서는 서양음악을 더 배울 필요를 느끼고 미국과 로마의 교황청 교회음악대학에 두 번 유학한 뒤, 2009년에 돌아왔다.
그해 그는 서울에 국악성가연구소를 차리고 국악성가, 장구 등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는 또 서울대교구, 광주대교구, 수원교구, 의정부교구 등에 국악성가대 넷을 만들었다.
한편, 오는 2015년에 새로 나올 한국천주교 성가집에는 약 70여 곡의 국악성가가 후보로 올라가 있다. 대부분 강 신부의 작품이다. 오랜 꿈이 곧 이뤄지는 것이다.
“수백 곡이 넘는 성가집 가운데 70곡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이지만, 이것을 시작으로 한국 신자들의 마음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50년이나 100년 뒤에는 한국교회 성가집의 훨씬 많은 부분을 국악성가가 차지할 것입니다.”
“겨자씨와 같아요. 아주 작은 씨 하나가 마침내 아주 큰 나무가 됩니다. 우리가 좋은 국악성가를 계속 만들어 나간다면 언젠가는 우리가 국악성가를 자연스럽게 부를 날이 올 것입니다.”
By 최용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