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묵의 사색가)
파키스탄 역사상 처음으로 민선정부가 임기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마땅히 파키스탄 민주주의의 중요한 승리로 기뻐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실상은 슬프게도 그렇지 못하다.
지금 현재 최소한 수천 명의 하자라족 시아파 이슬람인들이 지난 주 두 건의 자살폭탄 테러로 죽은 사람들을 매장하는 것을 거부한 채 퀘타 주의 한 길 위에서 영하의 날씨에 농성을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최대 도시인 카라치에서는 2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수많은 분파 폭력 때문에 죽었다.
지난해 12월에 북부 주의 주도인 페샤와르에서는 여러 건의 폭탄 테러가 일어나는 가운데 민주주의를 향한 외침은 가라앉았다. 이곳에서는 한 공항과 공군기지가 공격을 당했고, 소아마비 백신을 운반하던 보건일꾼들이 사살당했으며, 장관이 자살공격으로 죽었고, 21명의 준군사요원들이 납치돼 죽었다.
오늘 밤 내가 텔레비전을 켜자 새 공익광고가 떴다. “정부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차이를 알아야 합니다.” 이 문장은 지난 몇 달간 정부기관들을 사로잡은 절망의 감정을 아주 잘 보여준다.
집권당인 파키스탄 인민당은 온 국민을 다 실망시켰다. 베나지르 부토 총리가 2008년 총선을 2주 앞두고 암살됐을 때 대중은 파키스탄 인민당에 동정표를 몰아줬고, 그때는 희망의 목소리가 높았다. 교회지도자들은 인민당이 정의평화와 관련된 교회의 관심사는 물론 악명 높은 독성죄법도 철폐할 것이라고 믿었다.
5년이 지난 지금, 소수 종파나 종족들은 물론 다수 종파나 종족들도 언제든 자기네 동네에서도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고 있다. 2013년에 파키스탄은 13조 루피의 공공부채를 지게 되는데, 이는 국민 1인당 8만 루피(약 88만원) 꼴이다. 전세계에서 지금까지도 소아마비가 뿌리뽑히지 않은 나라는 셋 뿐인데, 파키스탄은 그 가운데 하나다. 오는 3월에 현 국회의 임기가 끝나 자동해산될 터인데도 다음 총선이 과연 실시나 될지 누구나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아와미 노동자당의 파루크 타리크 사무총장은 내가 참석한 최근의 한 세미나에서 “현재 파키스탄의 민주주의는 속빈 강정이다. 우리는 인기영합 정치를 하는 가짜 혁명주의자들과 기회주의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이들은 절대 해답을 내놓지 못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어마어마한 생명과 재산의 손실을 겪었으면서도 지도자들은 탈레반과 싸워야한다는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은 사회를 양극화시켰다. 테러 사건이 날 때마다 똑같은 비난만 반복하면서 비난 게임만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도 시민사회 구성원들은 선거를 통한 평화적 정권교체만이 전진을 위한 길이라고 동의하고 있다. 그 세미나의 모든 발표자들은 민주주의 제도의 지속을 지지하고, 그 밖의 어떠한 선택가능성도 부인했다.
그러므로 1947년 독립 이래 14명의 총리가 있었지만 한 번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지금껏 민주적 정권교체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파키스탄 국민에게 2013년은 매우 중요하다. 군부와 이슬람 율법학자들이 성공적으로 왜곡시켜온 고통의 역사가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는 것이다.
평화적 민주주의 전환을 위한 길에는 커다란 과제가 놓여 있다.
그러나 지배 엘리트들은 이제 선거 일자를 정하고 선거를 자유롭고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때가 왔다. 각 정치세력의 합의로 공정한 선거관리 내각을 만들어야 한다.
내게 선거와 관련한 개혁안을 제시하란다면, 종교정당의 정치참여 금지, 그리고 내각 임기를 4년으로 줄이는 것을 포함하고 싶다.
지금도 국가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데, 여기에 또 국가를 이슬람화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파키스탄을 더욱 더 망칠 것이다.
(침묵의 사색가는 라호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한 가톨릭 평론가의 필명이다.)
By 가톨릭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