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는 16세기 가톨릭교회에서는 “악마의 음료”로 불렸다.
그런데 이제 한국교회의 여러 본당에서는 커피를 통해 사람들을 성당으로 모으고 있다.
이경훈 신부는 서울 흑석동 성당에 부임한 직후인 2009년 성당 안에 커피숍을 만들었다. 서울에 불기 시작한 커피숍 바람에 맞춘 것이다.
“본당 신자들, 특히 젊은 층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커피는 신자들을 서로 이어주는 고리가 됐고 성당 카페는 붐볐다.”
최근에 흑석동 성당에서 세례 받은 신자들 가운데 60퍼센트 가량이 30-40대다. 다른 성당에서는 노인들이 대부분인 것과 비교된다. 그리고 미사 참례자도 늘었다.
전에는 미사가 끝나면 신자들은 뿔뿔이 흩어져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성당에 머무를 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신선한 커피 향기에 이끌려 많은 신자들이 미사 뒤에도 성당에 남아 시간을 보낸다.
유승아 씨(37, 로사)는 “본당 신부님이 직접 커피를 서빙해서 놀랐다”면서, 무엇보다도 커피 값이 싸다고 했다.
스타벅스 같은 브랜드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려 해도 4-5000원 하는 데 비해, 흑석동 성당 카페에서는 2000원 밖에 안 한다. 한국의 커피 값은 같은 브랜드라고 해도 다른 나라에 비해 최고로 비싼 수준이다.
이러한 커피의 경제학은 수요가 많아서 때문만은 아니다. 시장 조사보고서들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첨단 기업들이 제품의 값을 내리면 오히려 수요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커피숍은 가수 싸이가 부른 강남스타일에서도 등장하듯이 젊은 층이 서로 만나려 선택하는 주요 장소다.
이러한 논리가 교회에도 적용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 신부에 따르면 흑석동 성당 카페는 임대료가 없고 프랜차이즈에 내는 로열티도 없으며 종업원 월급도 없기 때문에 좋은 커피를 싼값에 내놓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성당 카페에서는 적지 않은 이윤을 내고, 이를 가난한 학생이나 해외 선교사 지원, 본당 근처의 가난한 주민의 집수리 등에 쓰고 있다.
한편, 성당 카페는 다른 성당에도 퍼지고 있다. 이 신부는 가톨릭 바리스타협회를 만들었는데, 지금까지 약 200명의 바리스타를 양성했다.
서울대교구의 226개 본당 가운데 현재 10곳에 성당 카페가 있다. 수원교구에서는 새로 만드는 성당은 구내 카페를 기본으로 설계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11번째로 커피를 많이 수입, 소비하는 나라다.
“커피 향기는 사람들 사이의 마음의 벽을 허물 수 있다. 더 많은 본당에서 커피 향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으면 좋겠다.”
기사 원문: Catholic Cafe pioneer boosts Seoul congregation with cappuccinos
By 최용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