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임 신호 여러 차례 보내
패디파워 같은 도박회사부터 “은퇴일”인 2월 28일 며칠 전에 열리는 총선에 나서는 약삭빠른 이탈리아 정치인까지, 전 세계에서 교황직을 사임하겠다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결정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신자뿐만 아니라 비신자들까지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드문 이번 사건의 파장을 재고 있다.
교황의 충격적인 발표는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언론은 열광적으로 이를 보도하고 있다.
600여 년 전인 1415년 교황 그레고리오 12세가 동방교회와 서방교회의 분립을 종식시키기 위해 사임한 뒤로, 현직에서 선종하지 않은 교황은 없었다.
하지만, 한 예리한 관측통은 지난 월요일 발표에 훨씬 앞서 이를 감지하고 있었다.
지난 2010년 베네딕토 교황은 독일인 언론인인 페테르 제발트와 한 거의 책 한권 분량이 되는 인터뷰를 했고, 이 과정에서 언론이 관심을 보일 언급을 했다.
당시 교황은, “만일 어떤 교황이 더 이상 육체적, 심리적, 영적으로 교황직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자각한다면, 그는 사임할 권리가 있고, 어떤 상황에서는 사임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같은 인터뷰에서 베네딕토 교황은 “누구나 평화스러운 때에는 사임할 수 있거나 그저 계속해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위험에서 도망쳐서는 안 되며, 다른 누군가가 대신 그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해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교황 임기 동안, 교회는 수많은 스캔들로 요동쳐왔고, 가장 큰 스캔들은 미국과 유럽, 호주의 사제 아동 성추행 문제였기 때문에, 누군가는 “평화스러운 때”가 많이 있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이른바 바티리크스가 불거졌다.
베네딕토 교황은 비밀문서를 빼내 언론에 알린 그의 전 집사인 파올로 가브리엘레에 대한 교황청 법원의 재판과 선고 과정을 존중했지만, 자신은 이 이야기에서 넘어가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그는 가브리엘레를 사면했고, 그의 18개월 징역형을 탕감해줬다. 또, 그와 그의 가족들이 로마에 있는 교황청과 관련된 병원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줬다.
교황의 형인 게오르그 라칭거에 따르면, 베네딕토 교황은 당시 사임할 결심을 했다.
비록 이 결정은 최대한 비밀에 부쳐졌고, 교황의 최측근 소수만이 알고 있었지만, 바티칸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수 주간”에 걸쳐 이뤄졌다.
사실, 교황청 대변인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도 지난 월요일 기자들에게 바티칸의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도 이번 결정에 “놀랐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추기경단 단장인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도 교황의 발표에 대해 “믿을 수 없다”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고 언급했는데, 그는 지난 2월 8일 교황을 특별 알현했을 때, 아마도 알게 됐을 것이다.
그럼에도, 베네딕토 교황은 과거에 이를 추측할 수 있는 제스처를 보였다.
지난 2009년 4월 28일, 지진이 발생했던 이탈리아 중부 라퀼라를 방문했을 때, 그는 1294년 교황직에서 사임해 유명하게 된 교황 첼레스티노 5세의 무덤을 방문해 경의를 표했다. 단테는 자신의 책 신곡에서 첼레스티노 교황이 지옥에 있다고 저주하기도 했다.
베네딕토 교황은 첼레스티노 교황의 무덤에서 침묵으로 기도를 한 뒤, 자신이 교황직을 시작할 때 받은 팔리움을 그곳에 남겼다.
하지만, 거의 86살이 다 됐고, 최근 몇 달 동안 부쩍 쇠약해진 베네딕토 교황이 이렇게 빨리 첼레스티노 교황의 뒤를 따르게 될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교황이 올해 11월에 끝나는 신앙의 해를 선포해 기념하게 한 사실로 많은 사람들은 그가 직무를 계속 수행할 결심을 했다고 확신했다.
대신, 바티칸 신문인 <로쎄르바토레 로마노>가 “아주 특별한 겸손의 표현>이라고 칭송한 것처럼, 베네딕토 교황은 사임하기로 결정했다.
바티칸 대변인 롬바르디 신부는 그가 “용기와 정신적 자유의지”로 이 같은 결심을 했다고 했다.
이번 조치로, 그가 8년의 교황직을 수행하는 동안 비난과 심지어 적대적 관계를 보였던 많은 곳에서 칭송과 동정을 얻게 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결정이 아마도 미래의 교황들이 무시하기 힘들 전례를 만들어 가톨릭교회의 미래에 가장 큰 파장을 불러오게 됐다는 것이다.
(알레산드로 스페치알레, 가톨릭뉴스 바티칸 특파원)
By 가톨릭뉴스